1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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술 대신에 기름 가득찬 소주병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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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늘에 내지른 포물선 아래 지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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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후의 대치는 지는 해를 따라 저물어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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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물어봐, 도대체 우릴 ?는 건 누구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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?는 쪽이 적이고, ?기는 쪽이 친구라고 하기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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적이 가진 적의가 너무 사무적이라는것이 족히 비극적이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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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어머니의 말잘 듣는 아들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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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때는 그래도 운동권이라던 착한 대학생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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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쩜 동창회장할지도 모를 인기 정말 좋은 녀석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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똑같은 전투복을 입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 나를 ?았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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숨을데없어 친구들과 몰래탄 그 외딴 택시안에 맡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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연막탄 가스 가득한 연기에 취해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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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두가 소리 없이 울듯 그저 떨며 분노하는데 증오의 대상은 애매했었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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힘없는 구호들의 메아리는 처량하게 무관심한 행인 사일 해매였었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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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루의 끝을 지나 술에 절은 시끌벅적한 밤길거리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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뒷풀이를 마다하고 집으로 걸어 돌아오는 길은 마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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교과서에 쉽게 길든 스무두해 삶의 지름길과 같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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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억할 수 조차 없을만큼 너무나 금새 지나갔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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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월의 부평은 봄아니게 추웠네 옷깃을 여미며 도착한집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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늙은 아버지 가착한눈을 졸립게 비비시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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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으셨지 어디 다녀왔냐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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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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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기가 시작한 처음부터 내게 달라붙어 따라왔던 처음 만난 선배의 낯선 얼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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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만큼이나 어색하게 늘 들었던 그 어떤 야릇한 흥분과 어렴풋한 어떤 거부감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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함께 불러일으켰던 그 어설픈 설득에 집요하게 외면해왔던 나의 어리숙하기 짝이 없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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잠깐의 호기심과 약간의 진심으로도 거의 느껴본적이 없던 노동자 계층의 인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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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게는 이렇게 다분히 객기어린 알 수 없는 명분들을 힘겹게 기억해 낼 수 있을만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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많은 노력과 지겹던 학회 세미나를 통한 많은 토론들 끝에 아주 새삼스럽게 나의 일상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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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체 안에서 빙산의 일각임을 강렬한 자괴감과 함께 놀랄만큼 확연하게 거듭 확인한 뒤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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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어렵게 내린 그 결정을 따라 집회 현장에 선뜻 따라나갔었고 스스로 옳다 믿었던대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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적극적인 행동으로 그대로 옮긴 내 자신을 대견해하며 조금은 들뜬 기대감으로 전혀 다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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곳을 찾아 온 듯한 두려운 기쁨으로 그리고 결국 내 두 눈으로 꽤나 뚜렷하게 다시 목격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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건 아무런 목적도 없이 휘두른 것 같은 폭력 앞에서 신변의 위협에 애초에 머릿속으로 아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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간신히 정리됐던 낯설은 정의감이 불과 몇 분 뒤에 급한 맘으로 지나쳐갔던 차갑던 골목사이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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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라져가고 있는 모습이었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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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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젊은 객기라는 비난 속에 쉽게 설명된 상황들은 뉴스로 연명하는 이들에겐 편해서 좋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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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의 존재를 말할 때는 보지 못한것을 믿을 수 없다고들하면서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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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도 보지못한 것을 알아가는 많고 많은 사람들을 모아모두 붙잡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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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자유주의에 대한 재미없는 토론을 벌이는 객기에 찬 학생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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객기가 남긴 상처를 안고 그들은 왜 자꾸 자신을 위험으로 내던지는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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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대체 그곳에서 어떤일들이 벌어지길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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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그곳에서 어떤일들이 벌어지길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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접근이 차단된 비공식적 사실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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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진실이라고 흔히 부르는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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9시뉴스에서 쇠파이플 휘두른 대학생을 잡을 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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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3초이지만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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곤봉에 무생물처럼 무너진 다음 30초는 찾을 수 없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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술자리에선 9시 뉴스를 인용하며 열을 올리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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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차에선 주식이야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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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3차에선 여자이야기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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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 이어지겠지만 어디에선가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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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또어디에선가는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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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디에선가는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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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월, 부평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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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진말페 |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