길거리 포장마차에선 하얗게 김이 서리고 있었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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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겨울 마지막 즈음의 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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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쁘다는 한마디에 발그레 웃던 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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잡을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에 내 손을 낚아채고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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추우니까 발리 가자며 걸음 재촉했던 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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맛있어 보인다며 들어갔었던 맛없는 돈까스 집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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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사동 어딘가에서 차를 마시며 언 몸을 녹이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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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복궁 돌담길을 걸으며 쳐다본 높았던 하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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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다지 재밌지 않았던 영화 한 편을 보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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간단하게 맥주 한 잔 하자며 들렀었던 호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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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덥잖은 몇 마디 농담이 오가는 동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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몇 번의 눈빛이 서로 오갔었는지, 기억은 하는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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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무렇지도 않은 만남이라고 생각하겠지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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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겐 그 날이 흉터처럼 남아있다는 걸 아는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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약속 3시간 전부터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하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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꽤나 멋 부릴 줄 아는 친구녀석이 머리도 만져주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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평생뿌릴 일 없던 향수가 온 몸에서 진동했었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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널 기다리는 동안 쇼윈도에 몇 번이나 날 비췄는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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널 아는 친구 녀석 가끔 술 한 잔 하면 습관처럼 묻는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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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고 싶지 않냐고, 그립지 않냐고, 생각나지 않냐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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술에 취해서, 너에게 취해서, 너의 미소에 취해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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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, 그것 하나로도 더없이 행복했던 순간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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추운 겨울이 지나가면, 같이 너도 사라질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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따뜻한 봄이 오고, 여름이 오면 네가 사라질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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낙엽이 지고 또 다시 눈이 내리면 네가 사라질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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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게 몇 해가 지난 건지, 얼마나 나는 늙었는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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좋았던 순간, 행복했던 순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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혼자가 아니라 둘이 만들었었더 더없이 행복했던 날들의 기억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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둘이 만들었기에 행복했었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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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 없는 순간에서 기억은 잔인하게 피어오른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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길거리 포장마차는 올해도 김이 하얗게 서려있구나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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좋았던 순간은 늘 잔인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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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에피톤 프로젝트(Epitone Project) |
